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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의 삶 속으로 떠나는 '나가사키' 2박 3일 여행

by kane.k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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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자카야 골목

관광지만 둘러보는 여행은 이제 그만. 나가사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숨은 이자카야, 골목 속 식당,

그리고 조용한 풍경 속 산책길까지. 2박 3일 동안 진짜 나가사키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여행 코스를

소개합니다.

여행자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 만나는 따뜻한 환대와 특별한 맛, 그리고 깊은 여운의

이야기들. 당신만의 나가사키가 시작됩니다.

짧지만 나에게 잊어지지 않는 시간을 가져가세요.

 

관광객 없는 나가사키, 진짜 삶 속으로 들어가다

나가사키는 일본 규슈에서 가장 이국적인 분위기를 간직한 도시입니다.

서양 문화가 처음 일본 땅에 들어온 항구 도시로서, 역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특별한

깊이를 지니고 있죠.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만난 나가사키는 어디까지나 '여행자용'이었습니다.

데지마, 구라바엔, 평화공원, 그리고 전망 좋은 카페. 그 모든 곳이 아름답지만,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리듬은 어쩌면 그 이면의 작은 골목과 오래된 이자카야, 이름도 없는 시장 안에서 더 뚜렷하게

느껴집니다.

이번 여정은 관광 명소 위주의 여행이 아닙니다. 나가사키에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자카야, 출근길에 들르는 식당, 주말 오후에 산책하는 산책로 등을 따라가는

여정입니다.

현지인과 여행자의 경계가 허물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한 도시를 ‘경험’하게 됩니다. 여행의 콘셉트는

‘속도를 낮추고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바쁜 일정 속 명소 체크리스트보다, 오늘 저녁 낯선 이와

마주 앉아 조용히 사케 한잔을 기울이는 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그렇게 조용히,

깊고 따뜻하게. 나가사키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 봅시다.

 

2박 3일, 나가사키의 골목과 식탁에 초대받다

첫째 날, 나가사키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향할 곳은 관광지가 아닙니다.

도보 10분 거리의 '우라카미 상점가'에 자리한 작은 카레 식당

'구루메야 카나코(ぐるめやかなこ)'에서 점심을 시작합니다.

현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마다 줄을 서는 이곳은 일본 가정식 스타일의 깊은 맛을 냅니다.

낯선 도시에서 따뜻한 밥 한 끼는 긴 여행을 위한 좋은 시작이죠. 이후 ‘데지마’와 ‘구라바엔’에서

나가사키의 역사를 잠시 들여다보고, 해가 질 무렵엔 소가쿠지야마 언덕길을 따라 ‘기야마 신사’를

천천히 올라갑니다.

관광객은 거의 찾지 않지만, 지역 주민들은 저녁 산책 코스로 자주 오르는 이곳은 나가사키항을

조용히 내려다볼 수 있는 포인트입니다.

이곳에서 노을을 바라보다 보면 마음이 아주 차분해집니다. 저녁은 현지 직장인들이 퇴근 후

삼삼오오 모이는 이자카야 ‘요이요이요이(よいよいよい)’를 추천합니다.

혼도리 아케이드 뒤편 골목 안쪽, 외지인은 거의 모르는 이 가게는 튀김이 뛰어나며,

사장님이 직접 고른 지역 사케 리스트도 아주 훌륭합니다.

다찌석(혼자 앉는 바)도 있으니 혼자 가도 부담 없습니다.

 

둘째 날 아침은 현지 찻집 ‘우에무라 차점(上村茶店)’에서 따뜻한 말차와 작은 화과자로 시작합니다.

인근에는 관광객이 잘 모르는 조용한 정원 ‘스이세이엔(水聲園)’이 있어 산책하기 좋습니다.

정원이 품은 소리는 아침 명상처럼 마음을 맑게 해 줍니다. 점심은 나가사키 중화가를 벗어나

‘이나사야마 언덕 아래’의 작은 가게 ‘차이나키친 타이란(チャイナキッチン泰蘭)’에서. 중국계

나 가사키인이 운영하는 이곳은 짬뽕이나 사라가락국수보다 훨씬 더 현지화된 집밥 스타일의

중화요리를 제공합니다. 구수하고 깊은 국물 맛이 단연 인상적입니다.

오후에는 ‘평화공원’과 ‘원폭자료관’을 조용히 돌아보고, 저녁이 되면 ‘혼마루 거리’ 뒤편에 숨어 있는

오코노미야키 전문점 ‘마루젠(まるぜん)’으로 향합니다.

이곳은 관광지 지도에 없는 가게지만, 나가사키 토박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다닌 곳으로 정겨운

분위기와 함께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합니다. 사장님과 한두 마디를 주고받다 보면, 마음이 어느새

풀려 있을지도 모릅니다.

 

셋째 날은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느릿하게, 나가사키역 근처의

‘미나미야마테’ 언덕을 올라가 보세요. 이곳에는 오래된 외국인 거주지와 작은 교회, 옛 고택이

아직도 남아 있어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줍니다. 골목길에서 나오는 빵 냄새를 따라 걷다 보면,

유럽풍 빵집 ‘베이커리 미카도’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항구 앞 벤치에서 마지막 아침을 보내는 것도 좋은 마무리입니다.

 

진짜 여행은, 누군가의 일상에 조용히 들어가는 일

나가사키에서의 2박 3일은 관광지를 소비하는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곳에 살아가는 이들의 공간을 살짝 엿보고, 그 안에 조용히 앉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디를 갔느냐'보다 '누구와 마주쳤느냐', '무엇을 느꼈느냐'가 더 중요했던 여행이었습니다.

이자카야에서 사케를 따라주던 노부부, 산책길에서 마주친 동네 강아지, 시장 골목에서 손짓으로

길을 알려주던 할머니. 이들이 이 도시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도, 나가사키는 단순한 장소가 아닌, 나를 환대해 준 사람들의 얼굴로

기억될 것입니다.

 

조용하고 깊이 있는 도시. 나가사키는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여행자에게는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진짜 여행’을 원하신다면, 나가사키는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당신도, 누구보다 특별한 나가사키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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